디발리의 블로그
항암일기#2, 뜻밖의 좋은 결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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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어본다면 조금 뭐랄까..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건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이런 부정이 아닌 뭔가를 앞두고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부분에서 말이다.
MCU의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의 장면중에 인상깊은 대사가 있는데,
주인공 일행(피터파커, MJ, 네드)가 MIT 대학에 원서를 넣고 긴장하며 합격발표를 기다리는 중에 MJ가 이런 대사를 한다.
'실망할걸 예상하면 정말로 실망하지 않잖아.'
내 나이 30대 중반, 좋은 일을 기대했다가 아니라면 실망하는 경험도 꽤나 많았고 저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했다.
좋은 일, 좋은 결과를 맞았을 때는 예상 밖의 이런 좋은 일이 있다니! 하며 즐기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뭔가 크게 바라는 일이 있을 때도 마음을 비우고 덤덤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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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처음에 주신 차트와 PET-CT 판독 결과 '호지킨 림프종'으로 최종판정 되었습니다.
나: 네..? 호지킨림프종이요? 저는 T세포 림프종이라 하지 않으셨나요?
의사 선생님: (미소를 띄며) 네, 호지킨 림프종이에요. 초기 단계이고 예후도 좋으니 기대해봐도 되겠어요.
나 : (멍....) 아.. 네 호지킨림프종이면 치료가 잘 되는 편인거죠?
의사 선생님: (밝게 웃으시며) 네 맞아요.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치료도, 재발도 낮아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나: 아..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얼떨떨)
그렇게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호지킨 림프종이라고..?? 이거 치료 잘 되는 편이라 들었는데??)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도 뭔가 실감도 안나고 한동안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차된 차를 탑승하고 나서야 조금씩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호지킨 림프종이라 다행이다.....!!!
혈액암 림프종에 걸려놓고 다행이라니.. 확실히 좋은 소식은 초기라는 점. 정말로 저렇게 생각할만한 결과였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이 없다고 했듯이 이런 뜻밖의 결과가 정말 기뻤다.
전화하지 않고 집에 돌아가 와이프에게 알리자 '거봐, 내가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했잖아' 라며 덤덤하게 으스댔다 ㅋㅋ
이전에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T세포 > B세포 > 호지킨림프종 순으로 악성이라 생각하면 된다.
T세포의 경우 B세포 보다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연구&투자가 적은 편이라 치료법이 B세포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공격성 아형이 아니라 퍼지지 않고 발병 근원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치료가 쉬운 편이다.
처음 의정부 성모병원에 방문 때 긍정적 시그널이라곤 1도 없이 안쓰럽게 보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호지킨림프종이라니 밝은 얼굴로 예후가 좋다는걸 보니 확실히 상황이 좋아졌구나 체감이 됐다.
그래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던게 처음 조직검사는 T세포라고 했고,
재검사 해보니 호지킨림프종이라는걸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들뜨지 않기로 하고 여의도 성모병원에서도 검사 받아보기로 했다.
흔히들 의료쇼핑, 닥터쇼핑, 병원순회 등등으로 불리우며 다소 부정적인 면을 지닌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 시설, 검사를 판독하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와
큰일을 치룰뻔 했다는 내 주변의 실제 사례들을 들으니 나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 조직검사를 통해 림프종 판정을 받았을 때, 동네병원 의사선생님과 의료쇼핑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눴었다.
그 분께서는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는게 가장 좋다고 하셨으나 나쁠 것도 없는게 그저 시간적, 금전적 소비만 있을 뿐이다.
물론 암 확진판정을 받으면 금전적인건 뒷전이고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서
무슨 수술을 받더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조바심이 생기기 때문에
시간적인 부분이 걸리지만 심각한 사안으로 대충 넘어갈 수 없으니 확실히 하는게 심적으로도 좋다 판단했다.
의료쇼핑을 언급해놓고 정리를 하려니 기준이 광범위 해서 뭐라 하기가 어려운거 같다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의료쇼핑을 하라는게 아니라 확실한 진단결과를 받는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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